23만 4천 명.
2026년 2월, 취업자 수가 전년 대비 이만큼 늘었다. 석 달 만에 20만 명대를 회복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숫자만 보면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이 숫자 뒤에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구조적 변화가 숨어 있다.
올해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은 18.67% 급등했다. 5년 만에 최고 상승률이다. 성동구는 29%나 올랐다. 강남보다 높다. 한강벨트가 새로운 상급지로 자리 잡았다는 신호다.
고용은 늘었고, 자산 가격도 올랐다. 그런데 왜 체감 경기는 이토록 차갑게 느껴질까. 이 두 뉴스를 함께 읽으면, 2026년 한국 경제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보인다.
출처 1) 취업자 석달만에 20만명대↑…2030세대 실업률 5년만에 최고(종합2보)
출처 2) 올해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 18.67%↑…5년 만에 최고 상승률(종합)
현재 고용 시장과 부동산 시장
고용 시장부터 보자.
2026년 2월, 전체 취업자는 23만 4천 명 증가했다. 하지만 그 구성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60대 이상 고령층 취업자가 28만 명 이상 늘었다. 반면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14만 명 넘게 줄었다. 청년 실업률은 5.7%로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더 주목할 지점이 있다.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과 정보통신업 취업자가 2013년 통계 개편 이후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그동안 ‘안정적’이라 여겨졌던 화이트칼라 영역이 흔들리고 있다.
제조업은 20개월째, 건설업은 22개월째 취업자가 줄고 있다. 한국 경제의 허리라 불리던 산업들이 장기 침체에 빠져 있다.
같은 시기, 부동산 시장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이 18.67% 올랐다. 전국 평균(9.16%)의 두 배가 넘는다. 특히 한강벨트로 불리는 성동구(29.04%), 용산구, 양천구가 20%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서울 상승을 견인했다. 강남 3구는 평균 24.7% 올랐다.
반면 지방 8개 시도는 공시가격이 오히려 하락했다. 서울 도봉구와 강북구는 2%대 상승에 그쳤다. 같은 서울 안에서도 자산 가치 상승 속도가 10배 이상 차이 난다.
종합부동산세 대상 주택(12억 원 초과)은 전년 대비 약 17만 호(53.3%) 급증했다. 이 중 85%가 서울에 집중돼 있다.
시장 분석
고용 구조의 변화는 세 가지 힘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인구 구조
첫째, 인구 구조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60대 이상 경제활동인구가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여기에 정부의 직접일자리 사업 재개와 설 연휴 수요가 겹치며 고령층 취업자 수치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는 생산성 높은 일자리의 증가라기보다는 복지·공공 중심의 일시적 고용 확대에 가깝다.
미스매치
둘째, 노동시장 미스매치다. 비경제활동인구에 있던 청년들이 구직 활동에 나섰다. 하지만 제조업과 건설업 같은 기존 주력 산업이 부진하면서 실제 채용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와 시장이 제공하는 일자리 사이의 간극이 커지고 있다.
기술 변화
셋째, 기술적 변곡점이다. 전문직과 IT 산업의 고용 감소는 단순한 경기 순환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AI 기술이 숙련 노동력을 대체하기 시작했을 가능성이 크다. 코드 작성, 데이터 분석, 컨설팅 보고서 작성 같은 영역에서 AI가 인간의 역할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공시지가 상승
부동산 가격 급등은 다른 메커니즘으로 작동했다.
지난해 서울 선호 지역을 중심으로 기록된 실거래가 상승분이 이번 공시가격에 반영됐다. 현실화율은 69%로 동결됐지만, 시장 가격 자체가 크게 올랐기 때문에 공시가격도 따라 올랐다.
특히 12억 원 이상 고가 주택의 가격 상승폭이 컸다. 30억 원 초과 주택은 28.59%나 올랐다.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강남과 한강변 신축 단지로 집중되면서 해당 지역 공시가격을 끌어올렸다.
금리 인상 같은 대외 변수가 있었지만, 자산 양극화 구조 속에서 ‘안전한 곳’으로 인식되는 지역에 수요가 쏠렸다. 결과적으로 서울과 지방, 서울 내에서도 상급지와 외곽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한국 경제 시장 상황
이 두 현상은 한국 경제가 ‘성장 없는 팽창‘이라는 역설적 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고용은 늘었지만, 그 중심은 생산성이 낮은 고령층 일자리다. 청년층과 제조업, 전문직 같은 경제의 허리는 오히려 빠지고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고용률을 끌어올릴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을 견인할 동력을 약화시킨다.
자산 시장도 비슷하다. 가격은 올랐지만, 그 상승은 특정 지역에 집중돼 있다. 성동구가 29% 오르는 동안 도봉구는 2%밖에 오르지 않았다. 자산을 보유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어디에 보유했는지에 따라 자산 증식 속도가 완전히 달라지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일과 자산의 연결 고리’가 끊기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좋은 일자리를 얻고, 소득을 모아 자산을 형성하는 경로가 작동했다. 하지만 지금은 일자리 시장에서 밀려난 청년들이 자산 시장에서도 진입 기회를 잃고 있다. 일을 해도 자산을 형성하기 어렵고, 자산이 없으면 소득 격차를 자산 격차로 메울 수 없는 구조다.
AI는 이 변화를 가속화한다. 숙련된 화이트칼라 직무가 AI로 대체되면서, ‘좋은 일자리’의 정의 자체가 바뀌고 있다. 동시에 자산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 일과 자산, 두 영역 모두에서 진입 장벽이 높아지는 중이다.
우리 사회의 변화
자산 격차 격화
첫째, 세대 간 자산 격차가 구조화될 가능성이 크다.
60대 이상은 일자리도 늘고, 보유한 자산 가격도 올랐다. 반면 청년층은 일자리는 줄고, 자산 시장 진입은 더 어려워졌다. 이 격차는 단순히 나이 차이가 아니라, 자산 보유 여부에 따른 계급 격차로 굳어질 수 있다.
지역 불균형 심화
둘째, 지역 간 불균형이 심화된다.
서울 한강벨트와 지방, 서울 내에서도 상급지와 외곽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자산 가치 상승이 특정 지역에만 집중되면서, 주거지가 곧 자산 증식 속도를 결정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어디에 사는가”가 “얼마나 벌 수 있는가”보다 중요해질 수 있다.
노동 시장 불안
셋째, 노동 시장의 인력 단절이 우려된다.
제조업과 전문직에서 신규 채용이 줄면서, 숙련된 인력을 양성할 ‘엔트리급’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AI가 효율성을 높여주더라도, 사람이 경험을 쌓고 성장할 기회가 없다면 장기적으로 산업 생태계가 위축될 수 있다.
소비 불안정 강화
넷째, 소비 주축의 불안정성이 커진다.
2030 세대는 소비의 핵심 연령대다. 이들의 소득이 불안정해지면 내수 진작에 한계가 생긴다. 고령층 고용 증가는 소비 증가로 이어지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경기 회복 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개인에게 이 변화는 전략의 재조정을 요구한다.
청년 구직자라면, 단순히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가“를 넘어 “AI와 어떻게 공존하며 대체 불가능한 역량을 증명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전문직이라고 해서 안전하지 않다. 기술이 빠르게 대체할 수 없는 영역—창의성, 관계 구축, 복합적 판단—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자산을 보유한 사람이라면, 보유세 부담 증가를 감안해야 한다. 종부세 대상 주택이 53% 늘었고, 그중 85%가 서울에 있다. 고가 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은 전년 대비 40~50% 증가할 수 있다. “내가 가진 자산이 시장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재평가하고, 보유 전략을 점검할 시점이다.
자산 형성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지역 선택이 더욱 중요해졌다. 같은 서울이라도 상승률이 10배 차이 난다. 단순히 “서울에 집을 사야 한다“가 아니라, “서울 어디에, 어떤 조건으로 사야 하는가“를 정교하게 따져야 한다.
정부 정책도 달라져야 한다. 단기적인 직접일자리 공급으로 고용률 수치를 끌어올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AI 전환기에 처한 청년층의 직무 전환 교육, 제조업 활성화, 자산 격차 완화를 위한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
내가 보는 핵심 포인트
이번 고용 지표와 공시가격 발표는 ‘성장 없는 고용 지표의 착시’를 보여준다.
숫자는 늘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생산성 높은 청년과 제조업은 빠지고, 공공·복지 중심의 고령층 일자리만 늘어난 구조다. 자산 가격도 올랐지만, 그 상승은 특정 지역과 특정 계층에만 집중됐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지점은 전문과학·정보통신업의 감소다. 그동안 ‘불패’로 여겨졌던 화이트칼라 전문직 시장조차 AI라는 파도 앞에 흔들리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경기 순환이 아니라, 노동 시장의 근본적 재편이 시작됐다는 신호일 수 있다.
성동구가 강남을 제친 29% 상승률은, ‘한강벨트의 강남화’가 완성됐음을 보여준다.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이 이제는 명실상부한 상급지로 자리 잡았다. 자산 지도가 다시 그려지고 있다.
이 변화는 우리에게 묻는다. 일과 자산, 두 영역 모두에서 진입 장벽이 높아지는 시대에, 우리는 어떤 역량을 키우고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숫자가 보여주지 않는 구조를 읽어야 답을 찾을 수 있다.
한문장 통찰
일자리는 늘었지만 청년은 빠지고, 자산은 올랐지만 격차만 커졌다.